언제나 기대되는 주일 아침, 오늘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겠지. 오늘도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다. 분당우리교회는 학교 강당 건물을 사용하는 교회다. 9시, 11시, 1시, 이렇게 세 번의 예배로 나누어 인원을 분산해도 예배실은 마냥 좁기만 하다. 이 공간에 모여서 예배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보고 있자면 안쓰럽기도 하고, 때로는 대견하기까지 하다.

저기, 목사님은 어디 계세요?
나를 비롯한 초등부 예배 진행 팀들은 주일에 양복을 입지 않는다. 초등부의 예배 인도자 복장은 WBC 야구 대표 팀 유니폼이다. 오늘도 야구복을 입고 신나게 교회를 쏘다니자면 또 성도들이 흘끔흘끔 쳐다보겠지. 처음에는 민망했지만, 이젠 즐기기까지 하는 나 자신이 놀랍다.
수년 간 아이들과 예배를 드려봤지만, 양복은 아이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복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이 옷 저 옷 닥치는 대로 입고 예배를 인도해봤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대대적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구 유니폼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분당우리교회 초등부의 예배 인도자 복장은 양복이 아닌 야구 유니폼이다. 작년에는 예배 인도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야구 팀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는 각자 사비를 들여 WBC 야구 대표 팀 유니폼을 함께 맞춰 입었다(비싸다!). 야구복에 양복 바지가 웬일! 그러나 이젠 청바지에 운동화까지 신기 시작했다. 이러다 반바지까지 입으려 드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가끔 학부모님들이 나를 붙잡고 “저기, 목사님은 어디 계세요?”라는 질문까지 하신다. 아, 동시에 모든 연령대를 품기란 이리도 어려운 것이로구나! 그래도 이제 와서 이 복장을 포기할 수 있으랴! 지난 고난주간에 일부러 다같이 양복을 입었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가관이다. “목사님, 어색해요. 오늘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결혼식이라도 가세요?”


이거 원, 예배를 얌전히 드릴 수가 있나
초등학교 시절, 예배 시간 내내 한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늘 답답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초등학교 3, 4학년 아이들, 뛰고 소리 지르는 게 당연한 나이인 아이들을 말 한 마디 못하게 윽박질러서 가만히 앉혀 놓는다고 ‘기쁘게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을까. 과감히 아이들이 뛰고 소리 지를 수 있도록 예배를 바꿨다.
분당우리교회 초등부의 예배에는 매주 새로운 순서들이 가득하다. 모든 순서에 배경음악이 끊이지 않고, 활기찬 인도자들의 진행이 이어진다. 이번 주의 주제를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퀴즈부터 시작해서 함께 뛰는 역동적인 찬양, 모두 일어나서 게임하고 응원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거기에다 선생님들이 연기하는 드라마를 보고, 구연동화를 듣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성경을 더 쉽게 이해한다.
설교 시간에 들은 말씀을 챈트(랩으로 성경 말씀을 따라 외우는 것)로 외운 후 이번 주에 학교와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미션을 듣고, 오늘의 MVP까지 시상하려면 예배 시간이 지루할 새가 없다. 순서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집중을 못 하거나, 기억하는 것이 없을 거라고? 모든 순서가 하나의 주제를 반복해서 강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효과가 엄청나다. 아이들이 뛰고 논 후 설교 시간에 집중시키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면서 이미 주제에 집중된 아이들에게 설교하기란 누워서 떡먹기다.

사실 이 예배 프로그램들은 미국의 ‘메트로 미니스트리’나 싱가포르의 ‘시티 하비스트교회’의 예배 스타일을 한국화한 부분이 많이 있다. 1년 반 동안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시행하면서 얻은 유익이 컸지만, 우리 초등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나와 예배 팀이 매주 교재와 예배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참여도와 선생님들의 참여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아이들 중에는 매주 3시간씩 특별 훈련을 받는 ‘디모데 훈련’ 훈련생도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한 주에 3~4개 학교씩 방문하는 학교 심방을 통해 나에게 최소한 1번 이상 떡볶이를 얻어먹으며 친해진 아이들이다. 인도자와 예배자 사이에 친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예배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관계와 축제의 예배는 오늘도 그렇게 신나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