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료 봉사자들의 피랍 사건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당샘물교회는 3-4년 전부터 한민족복지재단을 통해 아프칸 현지인들의 의료 봉사와 교육 지원 활동을 해왔다. 매년 여름 방학을 맞이해 7-15일 일정으로 20명가량의 봉사단을 아프간에 파견했다. 이들의 순수한 봉사에도 불구하고 23명의 인질 중에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가 피살되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크리스천인 우리는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 뒤에는 하나님의 이름과 사람의 생명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이 이러한 상황을 우리에게 허락하셨을까?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사인(Sign)을 주시고 계시는 것일까?
무엇보다 우리는 이 사건을 영적 전투로 이해해야 한다. 사탄은 최근 몇 년간 한국 교회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반기독교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교회의 수치스러운 부분들이 매스컴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아프간 피랍 사건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교회에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즉, 기독교의 가장 핵심 사역인 ‘선교’에 대한 사탄의 직접적인 공격이다. 사탄이 노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사람(man)과 사역(ministry)이다. 하나님의 사람이 바로 서지 못하게 내부적으로 교란을 일으키고, 외부적으로 하나님의 사역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럼 우리가 이슬람과 맞서 싸워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의 반응은 민족과 종교를 초월해 하나님의 입장에 서야 한다.

첫째로 하나님은 한국 교회의 선교 전략에 대한 뼈를 깎는 성찰을 요구하신다.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아프간에서 행한 의료 활동은 이념의 틀을 넘어선 순수한 구호 활동이었다. 그럼에도 ‘반기독교 정서’의 여론에 의해 매도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선교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기독교는 절대 선이고 이슬람은 절대 악이라는 이원적 사고에서 나온 공격적인 선교는 현지인들에게 극도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의 짧은 기독교 역사에도 교회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초기 선교사들이 우리의 역사적인 필요에 맞게 교육과 의료 및 사회 사업 활동들을 통해 사람들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품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하나님은 우리가 생명 존중이란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은 하나님에 의해 부여된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 생명에 대한 존중감은 인간이 만든 이념과 민족, 성별, 나이, 종교, 능력, 지위, 이데올로기를 초월한다. 이슬람인이든 크리스천이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은 고귀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사형 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마당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의 생명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생명은 그 사람의 과거나 행동에 상관없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죽을 만한 일을 해도 생명의 존귀함을 주장해야 한다.

셋째로 하나님은 우리의 전부(all)를 요구하고 계신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취사선택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나님의 경고, 저주, 공의, 질책보다는 축복, 격려, 은혜, 칭찬의 말씀만 쏙 빼내어 먹는다. 영적인 편식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분의 전부(all)를 주신 분이다. 죄인인 우리를 위해 그의 전부인 독생자를 주셨다(요 3:16). 죽음 앞에 서 있는 우리를 위해 생명 전체(영생)를 주셨다. 하나님이 가지고 있는 하늘의 상속 전체를 우리에게 주셨다(요 1:12).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 전체를 주셨다(창 1:28). 우리는 하나님께 전부를 드려야 한다. 종교적인 열심만 드려서는 안 된다.

선교는 우리의 모든 것이 드려질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이슬람 선교를 하다 청년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선교사 미망인의 말이 생각난다. “당신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린 아프간 피랍 봉사자들의 무사 귀환을 두 손 모아 기원하며,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박성은 목사(파이디온 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