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매주 주일마다 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리지만,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떨리고 흥분된다. 어떤 얼굴로, 어떤 목소리로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를까. 이런 상상은 긴장된 우리의 마음을 풀어준다.
2009년 파이디온 나사렛대학지부가 섬겨야 할 미자립 교회 캠프 장소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동면이었다. 처음 캠프 장소를 들었을 때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들떠 있었다. 그만큼 미자립 교회 캠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두 번째 하는 캠프다보니 작년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조금 더 은혜로운 캠프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기도하며 캠프를 준비했고, 2009년 7월 20일 상주를 향해 출발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 결코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들이 짜놓은 계획표대로 되길 바랐지만, 하나님은 하나님의 계획대로 일하셨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빠른 등교(?) 덕분이었다. 비록 우리가 하려고 했던 ‘오프닝’과는 거리가 먼 첫 만남이었지만 서로 빠르게 적응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성경학교 캠프가 시작되었고, 드디어 우리는 상주의 다음 세대들을 만났다.
캠프 첫째 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벌써 3일 동안 쏟아야 할 모든 에너지를 쏟아놓은 것 마냥 지쳐 있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긴장해 있었고, 각자 맡았던 역할의 미숙함과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던 하루였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우리는 캠프 첫째 날을 마치고 피드백을 하며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오프닝을 제외하면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뭔가가 부족했다. 우리는 우리가 배우고, 연습했던 것을 단지 전해주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상주의 다음 세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그 말씀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했다. 말썽쟁이는 물론, 우리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까지도 사랑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 그 ‘사랑’을 모두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족하지만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면서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캠프 둘째 날을 향한 기대감과 사명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캠프 둘째 날 오후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가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내린 비 때문에 계곡에 물이 많이 불어나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화동교회 선생님들과 회의를 한 끝에 우리는 계곡이 아닌 교회 앞 잔디밭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 모두 물놀이를 기대하며 한껏 부풀어 있었던 터라 계곡에 가지 않는다는 말에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어느 때보다 신난 얼굴이었다. 선생님들도 이 시간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게임도 하고, 응원도 하며 아이들과 하나가 되었다. 성경학교 기간에는 모든 활동이 성경학교 주제에 맡는 의미가 부여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조금은 일탈적인 활동들을 하며 우리는 오히려 더욱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캠프 마지막 날, 슬프기보다는 너무 허물없어진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행복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섬겼던 은지 자매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상주 화동교회만 동그랗게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캠프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왔던 터라 우리는 그렇게나마 소심하게 기도를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2박 3일의 캠프 기간 동안 비도 오지 않고 날씨도 아주 맑았다. 그리고 캠프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상주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계획했던 것들, 우리가 전하려 했던 하나님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캠프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상주의 다음 세대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경험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는 하나님이 일하실 차례다. 사랑하는 상주의 다음 세대들이 사무엘처럼 하나님을 바로 섬기는 하나님의 훌륭한 일꾼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