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進退兩難)
어느 토요일, 애런은 유타 주 남동쪽에 있는 블루 존 캐니언(Blue John Canyon)을 등반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혼자 길을 나섰다. 화려하지만 등반하기 매우 어려운 이 협곡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불모지였다.
그는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큰 대가를 치른 실수로 드러났다. 산을 오르던 애런은 어떤 지점에서 몸을 낮추어 좁은 암벽 사이로 끼어들어 오른팔을 벽의 갈라진 틈새로 넣었다. 그때 갑자기 거대한 바위가 움직이는 바람에 팔이 끼고 말았다. 애런은 밧줄과 앵커를 써서 빠져 나오려고 몇 시간이나 몸부림치기도 하고 바위를 움직여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봐도 팔을 뺄 수 없었다. 토요일이 저물고 주일, 월요일로 갈수록 애런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화요일이 되었을 때 마실 물은 다 떨어지고 체력은 바닥났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위로 돌출된 낭떠러지에 가려 구조 헬기가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곧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용한 토요일 오후의 연습 등반이 될 거라는 예상으로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목요일, 이 젊은 산악인은 협곡의 바닥에서 위로 25미터 지점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그때 애런은 생애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는 목숨을 구하는 것이 팔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갈수록 상황은 불리해졌고 시간은 촉박하게 돌아갔다. 그는 살아남으려면 탈진되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애런은 왼손으로 주머니칼을 꺼내서 팔꿈치 바로 아래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칼은 싸구려인데다 칼날은 무뎠다. 애런은 그가 해야 할 일을 한 후에 지혈대로 피를 멎게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땅에서 25미터 위로 등반한 상태였다. 애런은 가파른 암벽을 안전하게 내려오기 위해 힘을 짜냈고 구조 헬기가 그를 목격하기까지 9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다. 구조에 참여한 해당 지역 보안관은 애런에게 살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말로 그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압력이 결혼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려고 할 때, 애런의 시련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서 압력이 발생할 때, 재정 상황이 극한으로 몰렸을 때,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자녀들이 날뛸 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애런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잡고 있는 그 무엇에서 탈출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초점을 유지하고, 필요를 먼저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나 결혼 생활을 구해내기 위해 필요한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어떠한 일도 감당하는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는가?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애런과 똑같은 상황을 그대로 겪을리는 없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언젠가 당신도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자신을 발견할 날이 올 거라는 것이다. 결혼 생활 안팎에서 발생하는 시한성의 압력은 탈출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의 압력을 극복하는 쉼표 하나(도서출판 디모데 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