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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놀이의 재구성

가정의 달 특집 | 놀이의 재구성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가족끼리 모여 봐야 마땅히 할 놀이가 없는 문화적 혜택의 그늘진 구간을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원래 가무에 능한, 마당을 사랑하는, 잘 노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당도 사라지고 마당 안을 가득 채우던 세대간의 만남도 끊어졌다. 그러다 5월이 되면 갑자기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아니 가족을 생각해야 하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세대 간의 만남과 마당으로의 초청을 받는다. 얼마나 생뚱맞은가? 익숙하지 않은 만남과 환경 속에서 놀아보려 해도 놀아지지 않는 답답함. 결국 그 마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이들 손잡고 사람 많은 놀이공원을 찾아가 전쟁처럼 어린이날을 치르든지, 아니면 음식점에서 하루 저녁 외식 모임 정도로 가족 모임을 때우든지, 아니면 손에 손잡고, 아니 손에 패 잡고 고돌이 한 판을 마당놀이 대신 돌리는 일뿐이다. 자랑할 만한 놀이 문화를 모두 상실한 지금, 우리는 놀이 문화의 부재만 탓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에 가족끼리 만나 할 수 있는 ‘놀이의 재구성’을 시도해본다.

무슨 놀이를 할까? 고민이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논다는 것이 꼭 무엇을 가지고 놀아야 되나의 문제인지 질문이 생긴다. 논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노는가의 문제인가?
어릴 적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라. 동네에서 했던 놀이들이 많다. 말뚝박기,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등. 그러나 사실 온 동네를 휩쓸며 우리가 즐거워했던 것은 무엇을 했느냐에 있지 않다. 확인해보자. 우리 놀이의 시작은 항상 이 부름의 의식(?)으로 시작한다. “철수야! 노오오올자아~” 골목이 떠나가게 친구를 초청하는 의식이다. 그 친구가 나온다면 둘이서 무엇을 해도 좋았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산을 뛰어다니는 것으로, 어떤 때는 개미들이 일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웠다. 그러고 보니 사실 무엇을 가지고 노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놀이의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놀이의 핵심은 ‘what?’에 있지 않고 ‘with whom?’에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가족 놀이 문화는 태생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관계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보면 이것은 놀이 문화를 통해 그러한 관계적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긍정적 도전의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몇 개의 놀이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가족을 이해하며 서로의 힘을 합할 수 있는 관계 중심적 장치들이다. 갑자기 주어진 토요 휴무와 가족의 달 기회(!)를 이용하여 가족을 살리고 분위기도 살리는 ‘놀이의 재구성’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관계 만들기

가족끼리 모이든 친구끼리 모이든 죽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울리기 힘든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렇다. 이러한 관계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학문적 노력의 일환으로 드러난 결과가 MBTI 같은 인성 검사, DISC 같은 기질/행동 유형 검사들이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면 백전백승한다는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놀이 문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관계 중심의 놀이를 이야기하기 전에 나를 알고 남을 이해하는 기초적 배경에 대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짧은 지면을 통해 간략히 소개하기는 MBTI 같은 비교적 복잡한 인성 검사 패턴보다는 좀더 간략하고 이해하기 쉬운 DISC 유형 검사가 어울리겠다.
DISC 검사는 사람들의 행동 유형을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위에서 분류된 네 가지 유형을 들여다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분류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표와 그림을 통해 우리 가족 또는 친구들의 유형을 미루어 짐작해보라. 우리 남편은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우리 집 딸아이는 어느 유형인지, 이렇게 가족과 친구들의 행동 유형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편하게 반응하는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 좀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간단한 유형 검사 질문지를 활용할 수 있으나 저작권 문제로 직접 인용이 불가함을 이해하기 바란다.
네 유형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한 가지 동일한 상황에 대해 네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중국 음식점에서 각자 먹을 음식을 정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D형 - 자! 짜장면 통일! 빨리 갖다주세요! (다른 사람들의 개별적 차이를 존중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빨리 먹고 다음 일을 하러 가야 하므로)

I형 - 야~ 이 집은 짬뽕이 기가 막혀! 지난 번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언제나 인기 있는 이 사람의 짬뽕 경험담을 듣다가 막상 주문은 늦어지기 일쑤)

S형 - 어… 그냥 같은 걸로 주세요. (혹 나의 주장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공동체의 통일된 의견을 따르는)

C형 - 삼선 볶음밥으로 주세요 (음식점 내와 주방 주위를 둘러보고 위생 문제를 점검한 뒤 비교적 안전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당신은 어느 유형에 가까운가? 당신의 부모는? 자녀들은? 각 유형에 따라 서로를 세워주고 격려하는, 상승 효과를 내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역동적인’ 아내는 ‘완벽한’ 기질의 남편이 답답하고 좀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미리 계획하고 완벽히 처리해내는 그의 탁월성을 인정해주라. ‘평온한’ 아들을 볼 때 ‘인기 있는’ 아버지는 천하태평 복지부동인 아들이 커서 뭐가 되려나 하는 걱정이 앞서겠지만, 초지일관의 성실성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그의 성품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표현하라.
가족들에게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그들의 행동 유형에 맞는 관련 성경 구절 액자를 선물한다든지, 그들 과 비슷한 유형을 가지고 있는 성경 인물들의 사역과 장점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사람으로 세워져가기를 서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라. 각 유형에 도움이 될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1. 역동적인 D형 아이를 위한 성경 구절
- 잠 13:1, 갈 5:22-23, 약 1:19-20, 요 13:34-35, 잠 29:22-23, 잠 29:11, 벧전 5:5-6

2. 인기 있는 I형 자녀를 위한 성경 구절
- 잠 12:26, 고전 15:33, 잠 11:13, 잠 20:19, 잠 25:28, 약 1:19-20

3. 평온한 S형 아이를 위한 성경 구절
- 벧후 1:5-8, 골 3:23-24, 딤후 1:7, 잠 10:4, 잠 10:5, 잠 12:24
달란트 비유 - 마 25:14-30 참고

4. 신중한 C형 아이를 위한 성경 구절
- 롬 12:3, 14:4, 약 4:12, 골 3:13-15, 빌 4:6-8

유형별 놀이 소개

이러한 행동 유형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 단위에도 적용된다. 각 가족마다 가풍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것을 고려할 때 ‘역동적인’ 가족이 있는 반면 ‘평온한’ 가족이 있고, ‘인기 있는’ 사교적 가족이 있는 반면 ‘완벽’하고 신중한 가족이 있을 수 있다. 각 유형별 가족에 맞는 놀이를 몇 가지 소개한다.

역동적인 D형 가족은 승부 근성과 성취 욕구가 강하다. 따라서 정적인 테이블 게임보다는 활동적인 스포츠가 어울린다. 놀이 환경이 실내로 제한될 경우에는 비교적 동적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윷놀이 같은 것으로 왁자지껄 한판 승부를 벌이자.
인기 있는 I형 가족은 생생하고 활기가 넘친다. 어느 게임이나 소화할 수 있지만 뒷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 특성상 복잡한 게임은 지양하고 단순하지만 재치가 필요한 협동 게임이 어울린다. 편을 나누어 끝말 이어가기 대항전을 벌인다든지, 보드게임 중의 Jenga와 같이 단순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게임을 선택하라.

평온한 S형 가족은 수줍고 관계 중심적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S형 가족은 실외 게임보다는 실내 게임이, 동적인 게임보다는 정적인 게임이 어울린다. 복잡한 보드게임보다는 단순한 게임으로, 한 번 잡으면 오래 반복할 수 있는 클래식한 게임이 좋다. 장기나 바둑 같은 전통적인 게임도 좋고, 온 가족이 1,000피스짜리 퍼즐 그림을 맞춰가는 것도 좋으리라.

신중한 C형 가족은 성취욕이 높고 창의적이다. 단순한 게임보다는 복잡한 지적 활동이 필요한 고도의 게임이 어울린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을 잘 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의 재치와 책임이 분명히 드러나는 게임들이 좋다. 예를 들면 칠교놀이나 루미큐브와 같은 보드게임이 그에 해당된다. ‘칠교’는 일곱 개의 조각을 가지고 수천 가지 이상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고전적인 퍼즐로서 무한한 상상력과 재치가 필요하며, 루미큐브는 거의 모든 보드게임방에 구비되어 있는 최고 인기의 보드게임으로 트럼프 게임에 퍼즐의 요소를 집어넣어 단순하지만 잔머리(?)를 요구하는 수작이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 소개하고 싶은 게임들이 수십 가지는 더 되지만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놀이가 소개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가족을 세우고 사랑을 나누는가에 있다. 가족 모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두 가지 놀이의 원리를 소개함으로써 결론을 맺고자 한다.

첫째 원리 : 보내지 말고 나누라
놀이는 시간을 보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다. 놀이는 땀을 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땀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다. 시간과 땀과 여유와 사랑을 나누라. 또 한 가지! 가사를 나누라!

둘째 원리 : 깨지 말고 엮으라
어떤 게임을 하든지 게임의 목적은 가족을 엮는 데 있다. 판돈 잃고 판을 깨고 가족을 깨는 게임이 있다면 그 게임을 깨버리라.
이러한 원리를 통해 가족을 세우고 관계를 세우는 신나고 유익한 가족 놀이 문화가 점차 피어나기를 바란다. 그 놀이 문화의 중심에 당신이 있다. 한번 시도해보자.

김대진 목사| 파이디온 선교회 사역자 훈련원 어린이팀장, 세대로교회 교육목사